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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국민

시작은 언제나 리얼물 上






"형 오늘 어디가요? "


"아 친구 좀 만나려고, 좀 늦을지도? "



앞서 형들이 거의 다 나가고 지민이형만 남았을 때 설마 했지만 역시나 지민이형도 외출이다. 혼자 숙소를 지켜야 하는 것 인가..


" 나 혼자있겠네..."


물론 붙잡고 싶어서 한말이다. 오지라퍼 지민이형이라면 70%확률로 신발을 벗고 치킨을 시켜줄수도 있다.
조금 멈칫하는 듯 해보였다.


" 어.. 그러게... 형들 다 나갔어?? 넌 어디 안나가냐? "


" 좀 쉬고 싶어서요 "


절대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 그럼 숙소 조용할때 푹쉬어 형들도 금방들어올꺼야 올때 뭐 사다줄까? "


어.. 이게 아닌데..


" 오모리..."


" 알았어 금방갔다올께~ "


현관문이 닫히고 잠깐열린 현관을 통해 들어온 찬바람이 얼굴앞을 한바퀴돌고 사라졌다.
어.. 쓸쓸해...

지민이형은 참 카메라앞에서는 정국이정국이 하더니 아니 데뷔초때만해도 실제로 그랬는데 뷔형의 95무리들 틈에 끼어 어울리더니 요새 나는 안중에도 없는거 같았다.
아까 내가 70%랬나? 무슨.... 0%였다.
아니 그래도 10%정도? 내가 친구가 없어서라고 했다면 남아줬을거같은데...


아 서운하네...

소파에 드러누우면서 아저씨같은 한숨을 쉬었다. 슈가형있는 작업실이나 가야겠다..

슈가형은 내가 지민이형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내가 깨닳음과 동시에 접으라 말하는 가차없음에도 계속 날 위로해주며 양꼬치를 사주는 의외의 다정함도 있는 형이다. 아무래도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지라 제일 의지되는 형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깨닫기전까진 지민이형이 가장 의지됐었는데...
이제는 보고있어도 보고싶고 안고싶고 이런 기분을 참고만 있어야 한다는게 괴로워서 가장 불편한 형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숙소에 나랑만 남았다면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안보고 있을 때가 가장 편하면서도 가장 우울해진다.




오늘 슈가형의 위로식은 불닭발. 사방에서 녹색병을 붓고 마시고 있지만 우리 테이블만 병따개가 필요한 녹색병을 주문하고 있었다. 슈가형이 안주에 술을 못먹는다며 궁시렁거렸다. 어차피 싫어하면서..


" 내일 무슨날인줄 아냐?"

" 뭐요 빼빼로데이요? "

" 준비안했어? "

뭐라는거야 이 아저씨가..
넌 줄사람있잖아 하면서 낄낄대는데 형이고 뭐고 한대만 치고싶었다. 그리고 그 의미를 담은 살벌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 정국아 많이 힘드냐? "


당연한걸... 이젠 그렇다고 대답하는것도 지쳐서 그냥 닭발만 씹었다.

" 내가 접으라한건... 니가 좀 더 신중하길 바래서 했던말이야 "

무슨말이 하고싶은걸까... 또 접으라는 얘기인건가..


" 나도 너랑 같은 경험이 있었어 "

" ...형도..요? "



축쳐져있다가 슈가형 입에서 믿기힘든 말이 나오자 토끼눈을 땡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슈가형은 날 쳐다보면서 씁쓸하게 큭큭하고 웃었다. 술은 마시지않았지만 취한듯한 말투로 참아왔던 말을 힘겹게 뱉어내는듯했다.

" 친한 친구였는데 그 감정이 이상해지는걸 느끼고는 멀리했어. 뭐가 옳다고 할수없지만 지금까지도 정말 잘한 짓이었다고 생각해. 난 나만아픈게 나았다고 생각했거든. "

" ...진짜 지독하네요. 이걸 어떻게 참아요? "

" 그지? 못해먹겠지? 맞어 못할짓이야 "

" 결국 고백안했어요? "

" 당근! 이젠 연락처도 모르는데? "

" 와 진짜..."

독한사람...

" 난 나만 아픈게낫다 생각해서 이렇게 결론을 맺었어 근데 말이야 아직도 난 아프거든 가끔은 억울하단말이지 왜 나만 아파야하나 이 방법밖엔 없었나 그애가 아팠으면 한다는 게 아니라 왜 하필 나한테 이런 남다른 고민을 준건지 신이 있다면 줘패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운명론 그딴것도 안믿어서 그냥 잊혀지겠거니 했단말이야... "


" 저도 형꼴나면 어떡해요? "


" 그러니깐 말이야 어떻게 나랑 똑같은 놈이 여기 딱 있지? ㅋㅋㅋㅋㅋㅋ"


슈가형은 생각보다 즐거워 보였다.


" 죽을때까지 안고 가야지 생각했었는데 역시 세상사 비밀이 없다고 결국 나랑 같은놈만나서 털어놓는구나 "

이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니... 슈가형이 나에게 잘해줬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누구보다 날 이해하고 있었구나.. 슈가형이 나한테 해준 위로만큼 자신도 그 위로가 필요했던게 아닐까 생각하니 슈가형이 너무 불쌍해보였다.


" 형... "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그렁그렁나는 날 보고 형을 정색하며 말했다.


" 쳐울진 마라 그건 안달래줄래 "


" 네.. "

슈가형이 먼저알아서 다행이다싶었다. 아니 슈가형이기에 알았던건가..


" 아무튼 근데 나는 안만나고 안봐서 멀어지면 됐지만 넌 아니잖냐.. "

그렇다. 나나 지민이형이 아이돌을 그만두지않는 한은 멀어질 방법이 없었다.

" 진짜 나보다 최악의 상황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여기 있구나 "

" 형 저 어떡해요... "


" 있잖아 처음에 말했듯이 난 니가 좀더 신중하길바래서 접으라 한거였다고.."

마시지도 않은 술에 취햇나 왜 했던말을 자꾸하지...


" 니 마음이 진심이고 나처럼 영원히 안잊혀질거같다면 차라리... "

...

" 너는 특히나 잊을수가없는 상황아니냐.. "

" 무슨소리하는거예요 형... "

" ... 너만큼이나 나도 생각했다고 니 고민은 특히나 내 고민급으로 고민된단말이야... "

" 팀에 피해가 가면 안되는거 잖아요.. "

" .... "


식은 닭발에 불을 다시올렸다.


" 내가 도와줄께 "


...?

" 너도 알잖냐 우리애들 착한거. 절대 그런걸로 너 쳐낼 애들아니야 "


" 갑자기 왜그래요 형... "


" 나도 너만큼이나 고민 많이 한다고 새꺄.. 나야 안보고 안만나면 됬지만 넌 아니라고 나같이 독한놈도 안 접히는 마음인데 너가 접을수 있을꺼같애? "


반박하고 싶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거짓말이라도 '접을 수 있어요!' 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 마음가는대로 해 정국아 "




" 내가 보니까 우리팀에 그런거 반감가지는애 없어 눈칫밥 23년 민슈가님을 믿어봐 "


" ... 대신에 "


" ? "


" 그럼 형도 고백해요. "



" ...안돼 임마..."



" 그래도 같이 아팠던 동진데 저 잘되고 다시 슈가형만 아픈거 못보겠어요. 형도 잘되던 안되던 일단 연락이라도 해봐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해요 "


슈가형은 복잡한 듯 눈동자를 흔들었다.
헛소리말라고 머리한대 맞을것을 각오하고 한말인데 생각보다 동요하는걸보니 역시 아직도 마음이 있는듯했다.




" 헛소리하지마 "

아 아니었나..
아픈머리를 감싸쥐고 상에 머리를 박을동안 슈가형은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갔다.




그래 피할수 없는 마음이라면 그냥 부딪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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